이등병
내가 미디어를 통해 바라보던 군인은 아버지와 같은 강인함을 지닌, 진정한 남자로서의 우상이었다. 하지만 막상 군인이 되어 그들을 바라보게 되자 미디어 속 강한 남자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특히 이등병은 막 입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취급을 받아야만 했다. 용맹한 남자가 되기 위해 군대에 들어왔음에도 그들은 세면장이나 화장실을 갈 때조차 선임의 허락과 동행해야 했다. 기본적인 욕구조차도 의지대로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통제 당하고 명령에 따라야만 하는 이등병들.
내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던 진정한 남자로서의 군인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과연 그들이 전쟁이 발발하면 나라와 명예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제대를 하고 나니 군대에 입영하게 된 친동생들이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현실이 안쓰러웠다. 그 후로 나에게 군인들은 진정한 남자로서의 모습이 아닌, 사회에서 ‘군바리’ 취급이나 받는 안쓰러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군대가 만들어낸 틀 안에서 ‘이등병’이란 아이러니를 통해 자아 상실을 경험해야 하는 그들. 부잣집 아들이든 명문대생이든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살던 대한민국의 아들은 이등병의 군복을 입는 그 순간 개개인의 존재는 사라지고 나약한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
<이등병> 작업은 이처럼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는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들의 긴장된 몸은 촬영하는동안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은 이미 존재가 소멸된, 죽은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마저 풍겼다.


A Private
My image of a soldier had been strongly impressed on my mind as the icon of a real man, like a father with tough spirit. But it was impossible to find that kind of men when I joined the army. ‘A private’ was treated merely as a child only because of the fact that he has just enrolled. He had to be accompanied by a superior whenever he wished to go to the bathroom or take a shower. It meant he was stripped of all controls, even of his natural desires.
Soldiers were different from what I had in mind and it seemed doubtful they were loyal enough to devote their lives when a war ever broke out. As I was discharged from the military service, my two brothers were about to enter the army too. I felt sorry to see them experience everything I had gone through during the service. Ever since, soldiers were no longer brave and sturdy men to me but pitiful beings treated as nothing in the society. As a man born in Korea, whoever he was or whatever he did before the enrollment, the moment he puts on the military uniform the individual being he was evaporates into thin air. Through forced depersonalization he becomes a fragile child, a nothing.
The project intended to capture them living through such ironic conditions. Their body did not move so much as an inch while I worked with them. It was almost as if I was taking pictures of the dead who’s existence had already perished.



[ret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