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구_한국의 징병제 문화에 대한 10년에 걸친 사진적 탐색

병역 의무제가 실시되고 있는 한국에서 입영은 남성 대부분이 경험하는 통과의례지만, 한 개인으로서는 보통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는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애인과의 이별 그리고 고된 육체적 훈련, 특수한 군대문화는 거의 모든 청년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남긴다.
이 통과의례는 한국 청년에게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성년식이다. 국민으로서의 법률적, 심리적 정당성과 사회인으로 갖춰야할 덕목들,
즉 복종, 인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습득한 것으로 사람들은 여기기 때문이다.
강재구 작가는 한국에 고유한 이 통과의례의 장면을 객관적이고 중성적인 사진언어로 담고 있다.

<이등병>,<예비역>,<사병증명>,<12mm>은 젊은 20대 청년들의 초상작업이다.
<이등병-2002년>은 획일화, 집단화가 요구되는 군대에서 개인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군인으로 변해가는 ‘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예비역-2004년>에서의 ‘그들’은 군 제대 후 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가진 한 개인으로서, 비록 군복을 입었지만 그 존재성과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세 번째 작업인 <사병증명-2009년>은 작가가 군 사진병으로 복무할 때 경험한 작업이다.
사병 증명을 위해 증명사진을 찍게 되는데, 필름을 아끼기 위해 한 컷에 두세 명을 배치하고 촬영한 후, 증명사진 사이즈에 맞게 얼굴을 오
려내었다.

<12mm-2011>은 위 작업들의 연장선이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그 시작’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것은 작가인 나의 입대 전 경험이기도
하다. 머리를 삭발을 하는 동안 촉촉해져 있던 어머니의 얼굴.. 그리고 흘리는 눈물을 애써 감추시며 잘 다녀오라는 한마디만 남기셨던 무뚝
뚝한 아버지의 뒷모습, 2년 후 제대를 앞두고 듣게 된 두 남동생의 입대소식.. ‘그들’은 군 입대를 앞두고 두려움과 복잡한 심경을 나타낸다.
입대 전 12mm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는 개인적이고 자유롭게 생활하던 20대의 청년들이 군대문화로 편입되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정체성은 획일적이고 집단적인 군인의 것으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12mm는 이등병, 예비역, 사병증명에 이어 이번 입대를 전후한
청년들의 릴레이 작업에 이르기까지 군인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 코드로 작동하며 개인과 군인, 사회와 군대를 나누고 분리하는
기준점으로 바라본다.

최근 제 4회 KT&G 상상마당 한국 사진가 지원 프로그램의 최종 지원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의 누드초상작업으로, 입대를
앞두고 삭발을 하기 직전의 긴장감, 삭발을 하고 난 후 초조함이 극에 달한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촬영은 한 사람의 입대 전 모습을 시작으로 입대 후 일반인으로 돌아오기까지의 몇 년에 걸친 시간을 담아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문화미디어줄, 문화예술 교육단체를 운영하고 있다.